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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1

덕수궁에서

벌레 먹은 두리기둥,
빛 낡은 단청(丹靑),풍경(風磬) 소리
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.
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(玉座) 위엔
여의주(如意珠) 희롱하는
쌍룡(雙龍)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울렸다.
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
푸르른 하늘 밑 추석(甃石)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,
패옥(佩玉) 소리도 없었다.
품석(品石) 옆에서 정일품(正一品),
종구품(從九品) 어느 줄에도
나의 몸 둘 곳은 바이없었다.
눈물이 속된 줄은 모를 양이면
봉황새야 구천(九天)에 호곡(呼哭)하리라.

봉황수(鳳凰愁) / 조지훈


고3때였었나보다
근대시를 수험용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줄줄 외우고 다닐 무렵
이 시를 많이 웅얼거렸었다.
지금도 "궁" 이라는 곳을 가게 되면
이 시를 생각해 낸다.

도촬이라고 해야 하나..
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담아 보았다.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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