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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2

사진 찍는 값을 주었어야 마땅하다

파나소닉 lx1 을 팔고 이번처럼 후회를 해 본 적이 없었다.
단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부피가 크다는 이유만으로
그 녀석을 팔아 버리고는
다시 디카를 구입하기에 열흘이 넘는 시간이 걸렸나 보다.

새로 구입한 FX50으로 여유롭게 사진 찍어 보기를 하고 있을 때
저 영감님이 -제대로 꾸몄다면 나보다 어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-
내 곁을 지나갔다.
한 컷 잡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
갑자기 내게 오더니 천원만 달라고 한다.
....
본능적이었을까?
"없다"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.
....
 저 사람은 다시 길을 가고 있었고
나는 슬쩍 한 컷 찍고 말았다.
천원이라..
디카에 담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
기꺼이 주었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..

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
내 주머니에서 천원을 내 놓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?
부끄러운 사진이다.

힘들게 일하는 사람 찍지 말고
절대로 연출해서 사진 찍지 말고
남이 슬퍼하는 모습 찍지 말고
잡혀서 이제 죽어가야 할 동물 찍지 말자 해 왔는데
이제 하나 더 추가를 하자
사는 것이 힘들고 고난한 사람 뒷모습 찍지 말자.

땀 흘려 일하는 사람 그것도 연출로 잡아 놓고
작품 어쩌고 하는 사람을 참으로 싫어한다.

사용자 삽입 이미지

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을 내 임의로 찍을 권리가 사실 내게는 없는 것이다.
하지만 간혹 스스로의 그 룰을 어길 때도 있었다. ㅡ.ㅡ